사무실에 사법경찰이 들이닥친 썰
안녕하세요.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박사장입니다.
처음하는 부가세 신고를 위해 정리한 매입 매출자료를 가지고 홈택스에 신고준비를 하려고 하던 조금은 정신없는 오전이었습니다.
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40대 중 후반 남성과 20 중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다짜고짜 사무실로 들어오는 겁니다.
남성은 명함을 하나 내밀더니 제 허락도 없이 쇼파에 앉아버리더군요.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누구세요 라고 물었지만 같이온 여성도 남성 옆에 자리를 잡아 앉았습니다.
잠시 후 남성은 서울전파관리소에서 나왔다고 했고 제가 판매하고 있던 USB선풍기 판매 페이지를 인쇄한 것을 보여주더군요.
그러면서 무작정 질문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인증서 있습니까? 직접 수입하셨습니까? 몇개 수입하셨습니까? 몇개 판매하셨습니까?
저는 어리둥절해서 서있는 동안 다른 건 얘기안하고 제품에 전원은 USB로 동작하지만 컨트롤러가 없고 DC모터 하나가 전부다 이것이 왜 인증이 필요하느냐. 수입하기 전에 KCL에 인증받아야 하는지 확인까지 다 하고 나서 수입통관진행한 것이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저도 조금 화가났거든요 갑자기 처들어 와서 지들 할 얘기만 하는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잠시 흐르고 흥분을 좀 가라 앉히고 처음 본사람들이니 일단 제가 가진 명함을 나눠주고-_-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판매하고 있던 USB선풍기의 경우 모터가 들어있고 이 모터는 자기장이 발생하기 떄문에 전파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전 그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고시항목인지 법령인지 인쇄되어 있는 두꺼운 인쇄물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때까지도 '이 사람들 돈 뜯어내려는 사기꾼인가?' 라는 생각뿐이 었습니다. 어쨌든 냉정함을 되찾고 그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를 듣고 있는데 좀 어설퍼 보였습니다. 말도 더듬고 설명해주는 것도 그냥 책읽기 식이었죠. 그래서 진짜 전파관리소에서 나온거 맞냐고 그냥 직접 물었는데 자기들이 단속만 하기 때문에 사실 이 두꺼운 고시항목과 법령은 자기들도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사업을 하는 저는 반드시 숙지해야한다고 하고 뭐 당연히 사업하는 저는 알아야 하는게 맞지만 그래도 뭔가 억울했습니다.
약 40분 가량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고 결론은 어쩄든 전파법 위반은 사실이기에 신분증과 도장 사업자등록증 수입신고필증 판매내역 진술서 샘플 인터넷 게시 삭제 캡쳐화면 등을 전부 준비해서 나오라고 합니다.
다른 질문은 없냐고 물어보길래 누가 신고했나요? 라고 물었더니 다른 경쟁업체일꺼다라고 하더군요. ㅋㅋ 여기서 느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뜻을 모을 수 없겠구나.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났구나. 법을 위반한건 인정하고 처벌받는건 두렵지 않지만 뭔가 배신감이랄까요 그런걸 느꼈습니다.
남성이 나가면서 하는 얘기가 감청기나 도청기 판매는 따로 안하시죠? 라고 떠보듯 얘기하더군요. 감청기나 도청기 판매자는 그 형벌이 엄청나다면서 신고해 주면 수수료 준데요.ㅋㅋ
어쨌든 입맛도 없고 점심은 굶었고 굶는 내내 그들이 요청한 자료들 진술서까지 다 작성 끝내놓고 이렇게 카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부가세 신고도 얼릉 끝내야 하는데 ㅋㅋ 처음이라 헤매내요. 홈택스 화면이 적응안되고 너무 어색합니다.
좋은 일로 좋은 소식 전해드려야 하는데 좋지도 않은 소식 뭐 자랑이라고 글까지 쓰나 하실 분 계시겠지만..
혹시라도 저랑 비슷한 아이템을 취급하는 셀러오션 회원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서 글을 적어봤습니다.
판매를 한다는건 참 많은 것을 알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진짜 전기안전이나 자율안전만 공부했지 전파인증은 블루투스나 무선기기에만 적용되는줄 알고 쿨하게 무시했다가 한 건 하게 된 샘이네요..
이번 계기로 전파법에 대해 거의 마스터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ㅋㅋ
그나저나 자료꾸며서 출석한 뒤에 뭘 하는지 모르겠네요 최종 판단은 검찰이 한다는데.. 벌금은 얼마나 나올런지... 휴우~
※ 이 글 또 한 과거에 제가 네이버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p.s 꽤 오래전 일이긴한데 전파연구소에 출석하여 진술서 작성하고 몇가지 교육받고 돌아왔습니다. 이후에 벌금 안나왔습니다.